나는 베이비부머 시대에 태어나 운 좋게 대학을 나왔고 취업도 쉽게 했다. 시골에서 태어나 가난하게 자랐지만 여자는 직장을 가지고 있어야 당당하게 살 수 있다는 엄마의 신념 덕분에 나는 면허증을 가진 간호사가 되었다. 나의 직장은 도시 변두리에 자리 잡은 정신병원이었다. 내가 정신과를 선택한 것은 알콜중독이었던 아버지와 내가 가진 정신과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결혼은 아버지가 제공해준 끔찍한 지옥 같은 가정환경 덕분에 탈출하는 마음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뒤에 서둘러서 하게 되었다. 나만의 아기자기한 예쁜 가정을 꾸리고 싶은 급한 마음이 작동한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하지 않았다. 가부장적이면서 알코올 문제가 있던 시아버지를 만났기 때문이다. 친정아버지를 피해 결혼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