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의 흉상이 이전 되어야 하는가?

최근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가 교내에 설치된 독립의병장 홍범도의 동상을 다른 곳으로 이전을 검토 중이라는 뉴스가 언론에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크게 다음의 두 가지로 보입니다. 

 

1. 홍범도의 의병활동은 인정하지만 그 후 소련으로 건너가 공산당에 입당하였다. 따라서 공산주의자로 의심할 여지가 있다.

2.  홍범도가 소련의 자유시 참변과 관련되었다.

 

서점에 나와 있는 홍범도 관련 서적들이나 인터넷의 자료들을 토대로 사실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홍범도는 조선말기의 의병장이며 일제강점기에 무력 독립운동을 이끈 독립군의 대장이었습니다. 출신이 사냥꾼이라 사격에 매우 능했다고 합니다. 태어난 해는 1868년이고 먼 타향 땅인 카자흐스탄에서 1943년에 사망했습니다.

 

일본에 맞서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바쳐 싸웠고 부인과 아들도 잃은 사람입니다. 1920년 그 유명한 봉오동 전투에서 일본군 120여 명을 사살하였고, 이어서 청산리 전투에서도 김좌진 장군과 함께 일본군을 대파하여 일본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주인공입니다.

 

이 두 전투에서 열을 많이 받은 일본은 만주일대에서 활약하던 우리 독립군들을 토벌하기 위해 대량의 군대를 파견하여 민간인 포함 한국인 수만명을 학살한 간도참변을 일으켰습니다. 이에 흩어졌던 우리 독립군들은 대한독립군단을 조직하여 소련의 자유시에 집결하게 됩니다.

 

독립군들이 자유시에 집결한 목적은 분산돼 있던 독립군 부대들이 힘을 합쳐 단일한 조직 아래 대일항전을 전개하려는 것이었고, 일본군을 몰아내기 위해 소련군의 도움을 받고 자치를 보장받으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련은 우리 무장 독립군들에게 무장해제를 원하였고, 이에 우리 독립군은 두 패로 분열이 되었습니다.

 

한 쪽은 무장을 해제하고 소련에 협조하자는 입장이었고, 다른 한쪽은 군인으로서 무장을 해제할 수 없고 소련에 일방적으로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에 소련의 홍 군은 무장 해제된 우리 독립군의 한 무리를 앞세워 무장해제에 협조하지 않는 우리 독립군의 다른 무리를 공격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우리 독립군에 수 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습니다. 1921년에 발생한 이 사건을 자유시 참변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 대해 홍범도가 의심받는 이유는 홍범도가 무장해제에 대해 처음에는 소련의 요청을 거부하다가 이대로 가다가는 소련군에 의해 비극적인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소련군을 따르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 홍범도가 가담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으며 남의 나라에서 무장을 해서는 안된다는 소련의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를 홍범도가 수용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홍범도와 연관시키려는 것은 의도에 대해 여러 역사학자들은  명백한 역사왜곡이라고 주장합니다.

1927년 홍범도는 소련의 공산당에 입당하여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레닌의 지원을 받고자 하였으나, 1937년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이주 정책으로 인해 카자흐스탄으로 옮겨온 그는 거기서 집단 농장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말년에는 고려극장의 관리인으로 일하며 여생을 쓸쓸히 보내다가 그토록 그리던 조국의 광복을 2년 앞둔 1943년 76세의 나이로 사망하였고, 그 지역 공동묘지에 안장되었습니다.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는 2021년 8월 15일에 그의 유해를 조국의 품으로 봉환하여 8월 18일 국립대전 현충원에 다시 안장하였습니다.

 

제가 역사학자가 아니라 명확한 판단을 내릴 입장은 아니지만 위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방부의 입장은 재고가 있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홍범도가 소련의 공산당에 입당한 것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당시 레닌이 이끌던 소련의 힘을 받아 일본에 대항하려는 의도였고, 레닌의 공산당은 이후 스탈린의 영향을 받은 김일성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어 보입니다. 또한 홍범도의 자유시 참변 연루설도 그 객관적 근거가 없어 보입니다.

 

여러분들도 직접 홍범도에 관한 자료를 찾아 확인해보시고 국방부의 입장대로 홍범도의 흉상이 육군사관학교에서 철거되어 다른 곳으로 옮겨질 충분한 이유가 있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